
TV가 모은 가족, 스마트폰이 흩어놓다
TV는 ‘바보 상자’라 불리기도 했지만 장점도 많았다.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여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했다. TV는 가족을 하나로 묶는 장치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결과는 정반대다. 가족들은 이제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각자의 화면만 들여다본다. 심지어 밥상 앞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대화는 사라졌다. 눈을 마주치는 시간조차 줄어들었다.
TV가 가져온 양육의 혁신
TV의 등장은 혁신이었다. 특히 양육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TV 앞에 앉혀놓고 잠시나마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TV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이 다른 가사일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일터에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일 수 있게 해준 존재 역시 TV였다.
숏폼 콘텐츠와 사고력 붕괴
그러나 이제 그 자리는 완전히 스마트폰으로 대체됐다. 수만 개의 채널이 개인의 취향을 맞춰 제공되고 영상은 점점 짧고 빠르게 변했다. 숏폼 콘텐츠는 친절한 나래이션과 자극적인 전개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고력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자극 없이는 일상조차 지루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은 현대판 아편이 되어가고 있다.
통제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국가의 경쟁력은 국민의 사고력에 달려 있다. 특히 인적자원이 전부인 우리나라는 사고력이 더더욱 중요하다. 과거 청나라가 아편에 무너진 것처럼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회는 경쟁력을 잃고 몰락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와 절제다. 개인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방치해둔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